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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뮤지컬 보기 (2)

예잉 2022. 8. 12. 06:47

예전에 런던 여행 가기 전에 썼던 블로그 글이 있는데, 다녀와서 이어서 써야지 생각해놓고 까맣게 잊어버린 채로 살아서 이제서야 발견을 했다. 오래 전 일이긴 하지만 그때 어떻게 했는지 떠올려보고자 런던에서 뮤지컬 봤던 경험을 좀 적어보려고 한다. 코로나 전에 여행을 갔었기 때문에 지금은 운영 방식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나는 런던 여행을 두 번 갔다. 처음 갔을 때는 6편의 뮤지컬을, 두 번째 갔을 때는 4편을 봤다. 첫 번째 여행은 일주일 정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두 번째 여행은 이틀인가 사흘이었다. 두 번째 여행은 뮤지컬을 보기 위해 간 거였기 때문에 이틀 동안 낮 공연, 밤 공연 이렇게 하루에 2편씩 봐서 4편이나 본 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랬지 싶기도 한데, 또 가만히 생각해보면 너무 즐거웠던 경험이라 또 그렇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첫 여행에서 봤던 뮤지컬은 <레미제라블>, <라이언킹>, <알라딘>, <킹키부츠>, <위키드>, <마틸다>였고, 두 번째 여행에서는 <레미제라블>, <라이언킹>, <알라딘>을 다시 한 번 더 봤고 <오페라의 유령>을 봤다. 이 중에서 <킹키부츠>, <위키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데이시트로 티켓을 구했다.

데이시트를 구하는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아침에 티켓 오피스가 열리면 데이시트 티켓이 있는지 물어보고, 있다고 하면 사면 된다. 내 경험상 데이시트는 무조건 있다. 그렇지만 특히 인기가 많은 뮤지컬의 경우에는 티켓오피스 여는 시간보다 훨씬 일찍 와야할 수도 있다. 눈치 싸움이라 정확히 언제 가야 한다고 정해진 시간은 없지만 내 기억에 제일 인기가 많았던 건 라이언킹이라서 처음 데이시트를 구하러 갔을 때 10시에 여는데 8시에 갔었나... 그랬던 것 같다. 그래도 1번은 아니었고 앞에 몇 분 있었지만 그래도 꽤 앞쪽이어서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여행에서 갔을 땐 그것보다 늦게 갔는데도 티켓을 구했다 (언제인지는 기억이 안 난다). 아무튼 라이언킹은 꽤 치열했던 것 같은데 다른 건 정말 여유 있는 편이다. 그냥 아침에 티켓 오피스 열 때 쯤 가서 그냥 달라고 하면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가격은 20-25파운드 정도, 마틸다는 정말 저렴했던 것 같은데 (15파운드였나?) 정확한 금액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30파운드 안으로 티켓을 살 수 있다.

좌석은 랜덤인데 아무래도 앞좌석이 너무 비싸서 안 팔리는 경우가 있다 보니 앞좌석 티켓을 구할 확률이 꽤 높다. 그렇지만 무조건 앞좌석은 아니고 뒷좌석이나 2층 좌석을 얻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앞, 중간, 뒤, 2층, 3층 등등 여기저기 앉아봤는데 앞좌석은 확실히 배우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뒤쪽에서는 무대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라이언킹을 한번은 중간에서 한 번은 맨 앞에서 봤는데 워낙 화려한 무대 장치들이 많다보니 무대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중간 좌석이 더 좋았다. 킹키부츠를 2층인가 3층에서 봤는데 무대에서 너무 멀어서 (정확히 말하자면 멀다기 보다는 너무 높은 곳(?)에 앉아 있다는 느낌이 강했던 것 같다) 집중이 조금 힘들었다. 작품에 따라서, 또 극장에 따라서 앞에 앉는 게 좋을 수도 있고 중간이나 뒤가 좋을 수도 있고 전부 다 다른 것 같다. 예매해서 보는 거라면 중간에서 약간 앞쪽을 고르는 게 좋을 것 같고 데이시트라면 어차피 랜덤이니까 아무데나 구할 수 있으면 감사히.. 가면 된다..

첫 여행에서 나는 알라딘을 너무 재미있게 봤었다. 그때는 사실 꼭 보려고 계획했던 건 아니고 그냥 혹시나.. 하고 그냥 지나가는 길에 극장이 있어서 물어봤는데 운 좋게 티켓을 구한 거였다. 알라딘이 너무너무 재미있었던 나는 두 번째 여행에서 알라딘을 꼭 다시 보리라 다짐했고, 아침 일찍 나와 극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앞에 줄 서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정말 어리둥절했었다. 오늘 안 여는 날인가? 설마 아무도 이걸 데이시트로 보는 사람이 없는 건가? 여러 생각을 하면서 극장을 배회하다가 그냥 아침 사먹고 티켓 오피스 열 때 맞춰서 왔는데, 거기 경호원이었나 직원이 내가 너무 일찍 와서 살짝 당황한 얼굴로 나를 맞아줬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알라딘 티켓은 구하기 정말 쉬웠는데 나는 솔직히 라이언킹만큼이나 재미있었는데 많이 안 알려진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 또 내가 보러갈 생각하면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사실 모든 게 취향 차이라 나한테는 재미 있었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재미 없을 수도 있겠지. 나는 알라딘 음악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알라딘 뮤지컬은 알라딘, 자스민 배우도 그렇지만 지니 배우가 너무 재미있게 연기를 잘 해서 많이 웃기도 했다. 그때는 알라딘 실사영화가 나오기 전이었는데 영화가 너무 잘 돼서 지금은 더 인기가 많아졌는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본 순서를 얘기해보자면 알라딘 = 라이언킹 = 레미제라블 > 위키드 = 킹키부츠 = 오페라의 유령 > 마틸다 이런 느낌이다. 다 각자의 매력이 있어서 절대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다 보고 난 뒤에 내가 얼마나 즐거웠나, 아니면 감동을 받았나, 그런 걸 떠올려 보면 제일 앞에 언급한 세 작품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두 번째 보러 간 것이기도 하고. 그 외에 개인적으로 너무 보고 싶었던 작품은 <해밀턴>인데 당시에 데이시트는 고사하고 일반 판매 티켓조차 구하기 어려워서 보지 못했다. 나중에 디즈니 플러스에 작품이 올라와 있길래 봤는데 내용 자체는 나한테 썩 흥미로운 건 아니었지만 음악이 정말 새롭고 좋았다. 너무 재미있게 봤지만 또 내가 직접 보러 갔으면 거의 못 알아 듣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그냥 못 본 게 잘 된 거다 하면서 정신승리했다. 해리포터 연극도 보고 싶었는데 그것도 티켓을 구할 수가 없어서 못 봤다. 다음에 언젠간 보러 가야지.

아직도 런던 여행을 떠올리면 뮤지컬 보면서 행복했던 기억이 가장 먼저 난다. 다음 런던 여행을 가게 된다고 해도 무조건 뮤지컬을 꼭 볼 것이다. 알라딘, 라이언킹 또 보고 또 새로운 작품들도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