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의 reunion
작년 여름 영국정원에서 피크닉을 한 이후로 모두 바쁘고 사는 곳도 멀어서 자주 보지 못했는데 1년만의 모임이었다. 친구들을 우리집으로 초대해서 내가 떡볶이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사실 내가 먹고 싶었어서 제안한 건데 다들 좋다고 해줘서 고마웠다.
Karlsplatz에 있는 Go Asia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나랑 한 친구는 그곳에서, 나머지 둘은 Hbf쪽 Go Asia에서 기다리는 해프닝이 있었다. 그 때문에 서로 어디 있는 거냐며 의아해했고 결국 중간인 Butlers에서 만났다. 오랜만에 보니 너무 반가웠고, 그렇지만 또 얼마 전에 본 것처럼 편했다. 떡이랑 어묵, 김밥김 등을 샀고 나머지 재료는 레베에서 샀다. 오는 길에 버블티까지 한 잔씩 샀다. (밥 먹고 나중에 마시려고 냉장고에 넣어뒀다 까먹어서 내일 마셔야 한다)
이 친구들을 우리 집으로 초대한 건 처음이었는데 집이 너무 귀엽다고 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솔직히 네 명이나 들이기에는 좀 좁은 편이긴 한데 그래도 넷이 식탁에 둘러 앉아 두런두런 얘기하고 해서 좋았다. 떡볶이는 맵게 만들고 싶었지만 매운 걸 잘 못 먹는 친구를 위해 조금 자제했다. 그치만 먹다 보니 꽤 매워서 다들 고생을 좀 했다. 나한테도 조금 매운 편이었다.

사진은 별로지만 진짜 진짜 맛있었다!! 모두 좋아해줘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친구들이 설거지도 도와주고, 그 뒤에는 김밥도 만들었다. 김밥은 사실.. 다들 배가 너무 불러서 많이 먹진 못했다. 근처 공원에 가서 과자랑 같이 먹었는데 먹다가 남아가지고 우리 집에 다시 가져왔다.

오후 12시쯤 만나서 8시까지 같이 있었는데 정말 말 그대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더라. 여전히 수다스럽고 발랄한 친구들 덕분에 가만히 앉아서 얘기만 듣고 있어도 한 시간이 금방 갔다. 한국에 교환학생을 갔다 온 친구가 있어서 교환학생 얘기도 많이 들었고, 또 한 친구는 사업 아이디어가 너무너무 많아서 곧 졸업하면 직장을 구하거나 공부를 더 하는 대신에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정말 다재다능한 친구라 너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친구는 곧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간다고 해서 너무너무 부러웠다. 나도 영국으로 교환학생 가보고 싶은데...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유학 자체도 힘드니까 또 다른 나라로 간다는 건 사실 생각도 안 해본 거였지만 졸업할 때가 되니까 좀 아쉽긴 하다. 모르겠다.
아무튼 오랜만에 실컷 웃고 떠들고 힐링했다. 너무 즐거웠다. 아, 그리고 오늘 나 때문에 친구들이 하루종일 영어로 대화했는데 그것도 고마웠다. 뭐랄까, 물론 다른 친구들도 그러지만 자기들끼리 얘기할 때는 그냥 편하게 독일어로 얘기할 때도 있는데, 친구들이 내가 없는 상황에서도 계속 영어로 얘기해서 그게 좀 웃기기도 하면서 고마웠다. 나는 부엌에서 요리하는데 내 방 구경하면서 자기들끼리 영어로 대화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게 새삼 웃겼던 거다. 내가 특히 최근에는 더 독일인들끼리 독일어로 얘기하는 상황에 종종 있어봐서 더 그런 걸 느낀 것 같다. 아무튼 자주 보지는 못해도 이 친구들이 여기 있다는 사실만으로 큰 위로가 되고 마음이 든든해진다. 고마워 친구드라...